공리주의
키워드와 테마 2008/08/26 21:10집단주의, 혹은 공리주의
인간은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를 가지는데요,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여러 차원의 사회적 단위를 가집니다. 가족, 학교, 지역, 민족, 인간전체 등 설정하기에 따라서 또 무수한 집단규모가 확장된 자아로 인식됩니다. 이렇게 사회적 자아에 기반하여 이익을 주장하면 이걸 집단이기주의라고 부르게 됩니다. 간혹 (소)집단이기주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말의 어감이 매우 좋지 않지요? 이 말의 어감이 좋지 않은 유일한 맥락은, 이기주의가 발현되는 집단보다 더 큰 사회적 단위의 입장에서 보는 경우뿐입니다. <그림 1>을 보세요.
A라는 전체 집단에서 보기에 Aa와 Ab 사이에 이익다툼이 벌어져서 누가 이기는가의 문제는 A의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A의 입장에서는 그 싸움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나 이익이 관심거리겠지요. A의 입장만 생각하는 된다는 게 바로 공리주의입니다. 공리주의는 그 부분집합이나 개별원소 간의 다툼이나 이익조정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이익에 관심을 둡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분집합이나 원소들의 이기적인 주장이 어떻게 평가됩니까? 전체 이익을 증진시키지 못한다면 무가치하다고 보게 되겠죠.
예컨대, 어딘가 건설해야만 하는 쓰레기매립지를 아무도 유치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에 전체사회가 쓰레기처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통을 당하게 되므로, 이것은 집단이기주의니까 나쁘다고 평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부분집합이나 원소들 간의 다툼이 전체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의 원리가 효율을 증대시킨다면 오히려 부분집합이나 원소들 간의 경쟁을 장려하게 되는 거지요. 예컨대, 위에서 말한 쓰레기매 립지를 건설하면 엄청난 개발혜택을 주겠다고 하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유치하려고 하겠죠? 그러면 쓰레기매립지 선정의 대가로 약속해야 할 개발혜택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경쟁의 원리의 혜택을 고려하지 않거나 경쟁을 해도 혜택을 얻을 수 없다면, 부분집합과 원소들의 이기적인 주장은 전체집합 입장에서는 백해무익할 뿐입니다.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위 <그림 1>에서는 전체 집단과 부분집단을 가장 단순화해서 표시했는데요, Aa나 Ab도 모두 개별 구성원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집단입니다. 그러므로 개인은 A라는 거대집단말고도 더 작은 규모의 집단에도 동시에 속하는 겁니다. 예컨대 학교, 취미, 성별, 출신지, 직업, 직장, 사상, ... 열거가 불가능하네요. 실제 한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이루는 집단은 무수한합니다. 어쩌면 개인의 정체성은 이렇게 사회적인 집단화를 통해서 더 잘 표현되고 규정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집단은 경제적, 혹은 비경제적 이익을 공동으로 추구합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의 이익(利益, Interest)체계는,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 순수하게 개인적인 이익을 제외하고는(이런 건 생명에 대한 권리처럼 매우 드뭅니다. 또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자기가 속한 여러 집단들의 집단이익이 복잡하게 합쳐진 모양으로 표현됩니다. 결국 모든 집단이익이라는 건 동시에 개인의 이익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개인적인 단위로 주장할 때와 집단으로 주장할 때 전체집단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힘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뭉치게 되는 거죠. "우리가 남이가?" 하고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전라도와 경상도가 서로 집단적 이익을 주장한다면서 대립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분배딜레마가 되고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전체집합인 국가사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경쟁이 전체이익을 증진시키지 않는 한 전혀 득이 되는 게 없는 싸움이죠. 기껏해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합니다. 나아가 공유지의 비극이나 죄수(수인)의 딜레마를 받아들인다면 개인이나 부분집한 간의 다툼은 전체의 이익을 명백히 훼손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니 국가사회의 관점에서는, 뭔가 다른 정치적 장치가 없는 한,그보다 소규모의 개인이나 집단이 자기 이익을 주장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이 집단이기주의는,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의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가치평가를 담고 교과서에 등장하게 됩니다.
공리주의 요약
공리주의가 관심을 두는 것은 집단 전체의 이익뿐입니다. 따라서 공리주의는 개인이나 그 구성부분인 소집단의 이익주장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분배의 공평성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거지요. 공리주의자들은 그러면 불평등주의자들일까요? 아닙니다. 공리주의자는 불평등을 추구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리주의자가 목적하는 것은 불평등이 아니라 전체이익의 극대화입니다. 그 안에서 이익다툼이 벌어지든 말든, 누가 이기든, 불평등이 생기든 말든 상관없는 거지요. 논리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 다툼이 전체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반하면 부도덕한 것으로 규정하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공리주의적 시각이 불평등이나 개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전체주의 사회의 구성원리와 상통하게 돼버립니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겁니다. 그래서 공리주의자들은 이런 다툼이 잘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을 여러 가지로 내놓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사회사상들은 공리주의(집단주의) 계열이면서도 또 서로 다르게 분화되어 갑니다. 공리주의의 변형에 대해서는 <부분과 전체> 항목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항목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개인주의와 소집단주의의 공통 변론
그러나 이와같은 전체 이익에 대한 공리주의의 주장은 그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적인 이익주체의 이익을 반드시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비판은 개인주의가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건데요, 소집단주의를 위한 변론도 됩니다. 왜냐하면, 소집단주의는 전체집단에 대해서는 개인주의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개인주의에 대해서는 공리주의와 같은 지위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주의가 집단주의를 같은 논리로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경우를 나누어서 자세히 보겠습니다.
개인주의가 집단주의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법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집단으로 뭉쳐서 주장을 하게 되면 그 집단보다 상위집단에 대해서는 자기 이익을 관철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그 집단규모에서는 공리주의에 의해 이익을 무시당하게 되는 문제를 남깁니다. <그림 2>를 보세요. (a)집단이 집단이익을 관철하더라도 (aa)의 이익은 아직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a)의 집단이익은 아직 (aa)에게는 무의미할 뿐이고, 자신의 이익으로 삼기 위해서는 (aa) 차원의 이기주의를 또 동원해야 됩니다. 어떤 개인에게 그 이익이 귀속되기 위해 이처럼 집단이익을 주장해야 하는 단계는 최초 이익집단의 단위가 클수록 늘어납니다. 다시 말해서 큰 규모의 집단이익일수록 관철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그에 속한 개인의 이익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딜레마죠? 이것이 개인주의가 보는 집단주의의 첫 번째 환상입니다. 경상도가 인구가 많으니 선거에서는 늘 유리한데, 말하자면, 경상도에 속한 개인이 과연 그 이익을 고스란히 누리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그 안에서 또 공리주의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볼때 문제는 또 있습니다.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이루는 무수한 집단의 이익을 복합적으로 주장해야 하는데, 자기가 속한 집단이익들이 서로 충돌해버리면 거기서 참 난감해집니다. <그림 3>에서 (가) 구성원들은 문제가 없지만, (나) 구성원들은 집단 (Aa)의 이익을 주장해야 할지, (Ab)의 이익을 주장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는 겁니다. 전체집단의 부분집단이 아니라 서로다른 두 집단의 교집합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은 두 집단의 이익이 충돌할 때 선택의 기준으로써 집단주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적 자아는 일반적으로 <그림 3>의 양상이 무수하게 누적되어 아주 복잡하게 구성되므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주장하는 집단주의가 어떤 개인의 이익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도 특정 집단이익에만 주목해서 이익을 판단하는 잘못을 무수히 저지르곤 하지요. 이것이 개인주의가 보는 집단주의의 두 번째 환상입니다..
'키워드와 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공리주의 (1) | 2008/08/26 |
|---|---|
| 이기주의 (1) | 2008/08/26 |
|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작성중) (0) | 2008/08/26 |
| 『부조리(absurdity)』 (0) | 2008/08/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