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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2008정시(인문) <문제1> 해설 및 첨삭

기출해설(논술형)/서강대 2008/09/01 20:20

최근까지 서강대의 지시문에는 형태의 일관성이 있습니다. 수시/정시 모두 적용되는데요, 제시문을 여러 개 주고 제시문 간의 관계를 설명하라고 요구합니다. 짧은 문제건 긴 문제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짧은 문제는 제시문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문단 1~2개 쓰기, 긴 문제는 그로부터 쟁점을 발전시켜가는 여러 문단 쓰기를 연습해두기를 추천합니다. 08정시에서는 두 문제를 주었는데,  <문제1>은 짧은 문제, <문제2>는 긴 문제입니다.

<문제 1: 40%, 500~600자>
제시문 [다]에서 두 인물, ‘빛나’와 ‘오빠’는 삶과 그 목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시문 [가]와 [나]를 활용하여, ‘빛나’의 관점에서 ‘오빠’를 비판하시오.

<지시문 해설>
지시문이 '제시문이 ~한다'고 규정해버리면, 반드시 그 취지로 읽어주어야 합니다. 이 문제에서는 두 인물이 '삶과 그 목표'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규정했으므로, [다]에서는 두 인물의 삶이 어떻게 다르며, 그 목표의 차이는 또 무엇인지를 읽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족합니다. 이런 단순한 힌트를 놓치면 이상한 글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지시문을 읽을 때에는 중심 지시와 조건 지시를 구별해줍니다. 중심 지시에 대한 응답이 답안의 중심문장(주장문)을 이루게 되고, 조건 지시는 그 중심문장의 논거를 마련해가는 과정을 지시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문제에서는 중심 지시는 뭡니까?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비판하는 거죠? 한 인물('빛나')이 비판한다는 것은 곧 그 인물의 가치관에 서서 사건/사물/인물을 비판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비판 대상도 인물이면 비판대상의 가치관도 도출해야죠. 결국 한 가치관(인생관)에서 다른 가치관(인생관)을 비판하라는 것이 이 문제의 요구입니다. 따라서 답안의 결론도 이 지시에 대한 응답이어야 합니다.

나머지, '[가]와 [나]를 활용하여'라는 부분은 조건 지시입니다. '활용하라'는 말이 조금 모호하죠? 이런 지시문구는 문제를 조금 어렵게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좀더 쉽게 출제하려면, 이 조건 지시를 빼고, 지시문 전체를 이렇게 바꿀 겁니다. "'빛나'의 삶의 태도가 [가]와 [나]의 관점 가운데 어느 것에 부합하는지 밝히고, 그 관점에서 '오빠'의 삶의 태도를 비판하시오"와 같이 말입니다. 그에 반해 이 문제처럼 '활용하여...'의 조건 지시를 붙인 것은, 제시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부분까지 평가하겠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비판'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모든 비판은 준거가 되는 비판주체의 입장(가치관), 비판 대상과 비판 지점(잘못을 지적함), 그리고 비판논거를 필요로 합니다. 지시문에서 '비판하라'는 요구를 하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작업을 합니다. 먼저 하나를 선택하여 다른 하나를 비판하라는 건지, 두 가치관을 상호비판하라는 건지, 그리고 상호비판 후에 자기 입장을 써도 되는 건지, 혹은 써야 되는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나서 지시문이 비판주체의 입장, 비판대상, 비판논거를 추출하는 방법을 지시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지시가 있으면 그에 따르고, 지시가 없으면 가장 적절한 내용으로 세 가지를 구성해서 답안을 구성하면 됩니다. 이 문제의 경우에는 비판주체와 비판대상을 지정하고 있고, 비판논거는 [가]와 [나]에서 찾으라네요. 이제 제시문들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제시문을 읽으러 가야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제시문들을 읽어봅시다.



[가]
세상에서 힘들게 노력을 하고 부산을 떠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탐욕과 야망을 품고, 부를 추구하고,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중략…) 다른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관심을 쏟고, 공감 어린 표정으로 사근사근하게 맞장구를 치면서 알은 체를 해주는 것이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한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가장 열렬한 욕구의 충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은 들락거려도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다. 군중 속에 있어도 자신의 오두막 안에 처박혀 있을 때나 다름없이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반면 지위와 이름이 있는 사람은 온 세상이 주목한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관심을 가진다. 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가] 해설
해설할 게 없네요. 대략 세 문장으로 표현됩니다.

a.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인의 주목을 끌고 싶어한다.
b. 사회적 지위와 명성은 타인의 주목을 끈다.
c.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얻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부를 쌓는 일이다.

이걸 어떻게 한 문장으로 표현할 것인가는, 위에서 했던 지시문 분석작업과 다른 제시문 내용을 종합해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가]만 읽고는 아직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여기까지만 정리 해놓고 계속해서 다음 제시문을 읽습니다.



[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피상적이고 하찮다는 것, 그들의 시야가 편협하다는 것, 그들의 감정이 지질하다는 것, 그들의 의견이 빙퉁그러졌다는 것, 그들의 잘못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점차 그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중략…)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존중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철학적 염세주의의 중요한 모범을 보여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중략…) 사람들은 악하지 않으면 완전히 바보이기 십상이다. 쇼펜하우어는 볼테르가 한 말을 인용한다. “세상에는 이야기를 나눌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 들끓는다.” 그런 사람들의 의견을 정말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말로 그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할까? 이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존중한다 해도 그 존중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일까? (…중략…) 만일 청중이 한두 사람만 빼고는 모두 귀머거리라면 그들의 우렁찬 박수갈채를 받는다 해서 연주가가 기분이 좋을까?
― 알랭 드 보통, 『불안』

[나] 해설
이 글은 다른 제시문이나 지시문을 고려할 필요도 없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네요. 세상의 통속적(대중적) 의견(가치관)은 무가치하므로, 그에 조종당해서는 안 된다는군요. 왜 무가치하다는 것인지는 맨 위쪽에 조금 설명되어 있군요. 의미가 불분명한 표현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의견(가치관)은 "피상적"이고, "편협"하기 때문이랍니다. 이 주장이 관철되려면 대다수 사람들의 가치관이 피상적이고 편협하다는 걸 입증해야 할 텐데요, 이 글에는 없습니다. 이 논제에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 그걸 추론하거나 비판할 필요가 있을지는 여러분이 판단해보세요. 물론 [다]까지 읽고나서 답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말입니다.



[다]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다 오빠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오빠는 정신 좀 차려야 돼. 요즘 오빠 또래의 다른 남자들, 정말 열심히 산단 말이야. 새벽에 도서관 가서, 응, 밤까지 책 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과외도 하고, 뭐 알바도 하고 그러고도 시간을 짜내서 스터디까지 해. 요즘 먹고살기가 얼마나 힘들어?”
(…중략…)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면 나는 꽤 쓸만한 젊은이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중략…)
“오빠, 이제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사는 거야. 우리, 이제 옛날처럼 모여서 같이 공부도 하고 그러자, 응?”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 정신을 차리라고?
“빛나야.”
“응?”
“나는 말이야, 아무래도 너랑 가는 길이 다른 것 같아.”
“달라? 뭐가 달라?”
“나는 말이야,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 나는 좀, 그러니까 뭐라고 말해야 되나. 그냥 좀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무의미한 일?”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 있는 일들을 하잖아. 돈도 벌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근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뭐랄까, 인생에는 그런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거지. 신문의 경제면에 나는 세계, 그러니까 주식형 펀드니, 환율이니, 청약부금이니, 분양제도 개편이니 하는 세계 너머에 또다른 뭔가가 있을 거라는 거지. 인간이 그런 일간지 경제면 같은 세계에만 매몰돼서 산다는 건,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는 건, 너무 허망한 거 같아.”
― 김영하, 『퀴즈쇼』

[다] 해설
지시문을 고려해보면, [다]에서 우리는 두 인물의 삶과 목표, 가치관을 추출해내야 합니다.

먼저 빛나의 가치관입니다. 빛나는 첫 대사에서 공부/과외/알바/스터디라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삶의 행위를 열거하고 있고, 그런 행위는 '사회적 기여(인정?)'를 목적으로 삼는군요. 반면에, '오빠'는 보다 차원이 높은, '무의미한 일'을 해보고 싶답니다. 그가 차원이 낮다고 폄훼한 그 '의미'란, '사회적으로 유용성/평가' 정도가 되겠네요.



<답안작성 도우미>
1. 중심문장 도출과정

이제 제시문의 내용을 알았으니 지시문에 나타난 "활용하여"의 의미를 확정할 수 있습니다. [가]는 '빛나'의 삶의 방식과 목표를, [나]는 '오빠'의 삶의 방식과 목표를 각각 지지하네요. 그렇다면 두 입장의 지지논거가 되겠네요. 그런데 <지시문>에서 '빛나'의 관점에서만 비판하라고 했으므로 [가]에서 추출한 내용은 그대로 논거로 쓰고, [나]에서 추출한 내용은 비판해주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답안의 주요문장을 만들어봅니다. 저는 '사회적 가치', '인간의 본질', '편견' 등을 키워드로 설정했습니다. 의미가 통한다면 다른 키워드를 사용해도 됩니다.
a. 중심문장 : 인간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획득하여 공동체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빠'는 사회적 가치가 편견과 피상적 가치평가에 불과하므로 진정한 삶의 가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b. 논거 1 : 사회적 가치의 추구는 인간의 본질이다.
c. 논거 2 : 사회적 가치는 단순한 편견이나 피상적 판단의 집합이 아니다.


2. "화자(話者, speaker) 설정" 문제

꽤 많은 수험생이 질문합니다. 이 문제의 지시문처럼 '~의 관점에서' 논술하라고 하면, 답안을 작성할 때 누구의 목소리로 써야하느냐는 겁니다. 답안을 작성하는 '나'를 화자로 삼아 작성하느냐, 관점의 주인(빛나)을 화자로 삼아 작성하느냐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답변하자면, 답안을 작성하는 '나'를 화자로 작성해야 합니다. 화자를 바꾸어 쓰게 하고 싶다면 분명하게 그런 지시를 해줘야 합니다. 예컨대, '본인이 ~(누구누구)라고 생각하고...'라는 지시문도 아직 화자를 바꾸라는 지시는 아닙니다. 그러나 '~의 목소리로'라든가, '~의 대화를 이어서'라고 지시하는 경우에는 그 인물의 대사를 쓰라는 것이므로 화자를 바꾸어주어야겠죠.

화자와 관련해서 또 중요한 것은, 답안의 목소리가 자신일지라도 '나'는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왜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느냐면, 논술문 자체가 자신의 이해와 주장을 적는 자신의 글이고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쓴다는 것은 그 문장 외 답안의 나머지 부분도 자신의 이해와 주장을 표현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이점은 좋은 논술의 설득력과도 관련됩니다. 즉, '자신의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객관적인 논거를 사용해야 좋은 논술이라는 겁니다.



<예시답안 1> - 포항에서 올라온 답안입니다.
   제시문 (가)는 부자와 빈자를 대조시키고 있다. 부자는 타인이 주목을 하고, 관심을 가지지만 빈자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타인이 단점이 많다면 관심을 가지고 존중해 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서술하고 있다.
   빛나는 오빠가 의미있는 일, 즉 돈을 번다던가 공부를 함으로써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오빠는 세속적 가치를 벗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의미한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오빠의 이러한 생각은 이상적일 수는 있지만 현대 사회에선 인정받지 못한다. 열심히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사회를 위해 헌신을 하면 사회적 명성도 높아지고  자신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자신이 속한 사회 내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것이다. 오빠의 생각대로 행동을 한다면 사회적 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존중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오빠는 이상 보다는 현실에 초점을 두어야 하다. 즉 열심히 일을 하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등의 의미가 있는 일을 하여 사회 속에서 명성을 얻어야 소외받지 않고 쓸모가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첨삭보기)


<예시답안 2> - 다른 고3학생의 답안입니다.
   (다)에서 ‘빛나’는 ‘오빠’에게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라고 충고하고 있다.‘빛나’는 학업이나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같은 것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반면 ‘오빠’는 ‘빛나’와는 다른 삶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오빠’는 다른 사람들이 의미 있다고 하는 일들,즉 공부,돈,봉사 같은 가치보다 더 우위에 있는 무언가를 추구한다.이런 ‘오빠’의 관점은 (나)로 설명할 수 있다.(나)는 자신이나 소수의 타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가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그럼으로써 (나)는 타인의 수준 낮은 평가에 매몰되어 자기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것을 비판한다.‘오빠’는 (나)의 주장과 입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빠’는 사회적인 삶을 사는 인간으로서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빛나’가 말하는 삶의 목표는 보편적인 것으로 다른 이들도 추구하는 것이다.(가)에서도 부나 지위가 없는 사람들은 소외된다는 것을 말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보편적 가치를 좇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오빠’도 지나친 이상주의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현실과 조화롭게 살아야 할 것이다.

(첨삭보기)



<평가 기준>    ※ 40%라고 했으므로 40점 만점으로 표현함.
1. '빛나'와 '오빠'의 삶과 목표의 차이를 대조적으로 잘 표현했는가?  (8점)
2. '빛나'의 가치관에 입각해서 비판하라'는 지시를 잘 따르고 있는가? (8점)
3. [가]와 [나]에서 추출한 논거는 '빛나'의 비판을 잘 뒷받침하는가? (12점)
4. 답안의 구성과 표현이 분명하고 효율적인가? (1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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