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서강대 모의논술 평가
기출해설(논술형)/서강대 2008/08/28 03:32서강대는 수시논술에서 꾸준히 600자 이하 2개와 1200자 이상 1개, 총 3개를 요구해왔고, 이번 모의논술도 마찬가지입니다. 600자 이하의 논술을 단문논술, 1200자 이상의 논술을 장문논술이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단문논술 2개의 경우 지시문마다 제시문이 각각 주어지는 경우도 있고, 이번처럼 한 세트로 주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모의논술처럼 단문논술 2개의 제시문이 동일하게 주어진 경우, 두 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두 가지 지시문이 서로 전혀 관련성 없다고 생각해서는 출제의도를 간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두 지시문에 따른 각각의 답안이 서로 일정한 논의의 단계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출제의도에 매우 가깝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서강대측은 이번 모의논술에 대해 논술안내서를 따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므로, 일단 서강대입시자료실에서 이 안내서를 다운로드받아서 참고했다는 전제하에, 여기서는 그에 대한 비판을 적어봅니다. 해설 순서는 단문논술 세트에서 장문논술 세트로 이어갑니다.
1. 단문 논술
[단문논제 1]에 관하여
논제는 크게 지시문(~를 참고/비교/분석하고 비판/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과 제시문(주어진 글)으로 이루어집니다. 지시문을 건성으로 읽는 학생들이 참 많은데, 지시문의 미묘한 변화가 전체 답안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지시문이 사용하는 어휘나 문장구조를 잘 분석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번 모의논술은 지시문이 "제시문 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수 년 전에는 수시논술에서 제시문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라고 요구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학교측이 발표한 논술안내서를 참고해보면 같은 의미로 이해됩니다. 문제는, 시험장에서 문제지를 받아든 수험생들이 "논리적 연관성"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당연히 수년 전에 "상관관계"를 요구했던 출제자와 이번 모의논술에서 "논리적 연관성"을 요구한 출제자가 서로 다른 분이겠지만, 그래도 기출문제를 참조해 출제를 했을 테니 "상관관계"가 아니라 "논리적 연관성"를 요구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즉 답안요구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어야 할 텐데, 학교측 논술안내서를 읽어보면 이런 점이 석연(분명)치 않습니다.
안내서에서는 논리적 연관성이란 "이어지는 제시문이 앞 제시문을 반박하는 구조"라고 하고 있는데, 논리적 연관성이란 단어에서 주장-반박의 구조가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것인지 의문이다. 예컨대, 필자의 경우에는 (다)와 (라)가 기계같은 인간과 인간같은 기계의 제작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이에 앞서 제시문 (가)와 (나)는 인간과 기계의 결정적인 상이점을 드러냄으로써 (다)와 (라)의 주장 및 상상의 전제조건을 드러내준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가)와 (나)에서 인간과 기계의 차이로 이성과 감성을 제시하고, (다)와 (라)에서는 기계적 조작을 가해 인간의 감성과 이성적 능력(윤리적 능력)을 복제, 창조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견해를 대립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제시문 간의 "논리적 관련성"을 보다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혹시 이런 식으로 답안을 구성해본 수험생이 있다면 자신이 논술에 있어서는 매우 뛰어난 학생이라고 자부해도 좋습니다.
이번 모의논술의 첫번째 단문의 지시문은 기존의 질의어인 "상관관계"와의 관계가 불분명하여 수험생을 불필요하게 혼란스럽게한 점에서 잘못되었습니다. 또한 논리가 주장과 반박의 구조를 갖는 게 아니라, 주장과 반박(반대의 주장)이 각각 논리적 구조(주장-근거의 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출제위원이 오해했다고 봅니다. 이는 논리학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입니다. 주장과 반박의 관계를 도출하도록 요구하려면, 차라리 전처럼 제시문 간의 "상관관계"를 요구했어야 옳았다고 봅니다. 나아가, 적어도 수험생의 답안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위와같은 논리적구조를 밝힌 글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지는 않았기를 바랍니다.
[단문논제 2]에 관하여
논제 2도 지시문이 "심도 있게" 비판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냥 비판하는 것과 심도있게 비판하는 것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보다 여러가지 논점,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요구하려는 의도인 듯하나, 정해진 분량을 채우는 과정에서 보다 다양하고 깊은 논의를 전개하는 능력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구분하는 데에 저 "심도 있게"라는 부사어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학생들이 "심도 있게" 쓰라고 요구받지 않아서 억지로 분량을 채운다고 생각했다면, 그것도 곤란합니다. 그런 학생을 뽑는 게 논술시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 장문논술
이번 장문논술의 경우에는 지시문과 제시문, 그리고 그 결합도 면에서 큰 문제가 없이 잘 출제된 문제입니다.
학교측 논술안내서에 실린 두 편의 학생답안은 모두 고등학생의 글로서는 최고수준입니다. 첫 번째 답안은 중간에 기술문명의 속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분명치 않아 마무리부분에서 무기력한 주장으로 끝난 점이 아쉽고, 두 번째 답안은 한나 아렌트를 인용한 부분이 다소 위험했습니다. 수험생들이 명심할 것은, 제시문 밖에서 고전을 인용하는 일이 득점에 아무런 유리한 점도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한나 아렌트의 평소 주장내용과 이 글이 맞아 떨어졌지만, 혹시라도 잘못 인용된 경우에는 감점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그냥 본인의 목소리로 논제를 정리하고 주장을 펴나가는 편이 백번 낫습니다. 또, 예시답안에는 없지만, 사회문화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지체"의 상투적 해설에 얽매인다든지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 논제는 그 구체적 국면을 보다 심도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주제어휘를 중심으로 문제의 심도에 걸맞는 글을 써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배경지식은 어디에 쓰냐고요? 이미 썼습니다. 그 배경지식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이 논제의 주제를 포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문화지체"나 한나 아렌트의 저작에 대한 사전지식은 전체 논지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위치에서 언급함으로써 논의를 확장/정리하는 데에 사용되지만, "문화지체"와 "한나 아렌트"는 등장하든 말든 상관 없다는 뜻입니다. 논제의 주제와 관련하여 일단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나면,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다루기도 하고 이런저런 논술교재에서 다루기도 해서 이미 익숙해진 주제의식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수험생들은 이 문제를 통해서 또한번 확인했을 것입니다. 다만 거기에 도달하게 만든 특정한 단편적 지식을 과시하는 일은 득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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