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서강대 수시1학기 기출문제(자연계 3번문항) 해설
기출해설(논술형)/서강대 2008/08/28 03:29※ 이 문제는 자연계열 학생들을 위한 문항이지만, 내용은 인문/사회계열 논술입니다. 서강대는 자연계열의 경우에도 3번 문항은 인문/사회 분야의 소재와 주제출제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도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논제> 제시문 [나]와 [다]에 근거하여 [가]의 맹자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800~1000자)
<제시문>
[가]
[허행을 따르는] 진상이 맹자를 찾아뵙고는 허행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면서 말하였다.
진상: …중략… 현명한 임금이라면 백성들과 같이 직접 농사지어야 하며, 아침저녁도 손수 지어 먹으면서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등(滕)나라에는 양곡창고와 재물창고가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백성들을 착취해서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니, 어찌 현명한 임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맹자: 허자는 손수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사는가?
진상: 그렇습니다.
…중략…
맹자: 허자는 솥과 시루로 밥을 짓고, 쇠로 만든 농기구로 밭을 가는가?
진상: 그렇습니다.
맹자: 그것들을 손수 만드는가?
진상: 아닙니다. 양식을 주고 그것들과 바꿉니다.
맹자: 농부가 양식을 솥이나 시루, 농기구와 바꾼다고 해서, 그것이 옹기장이나 대장장이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옹기장이나 대장장이가 그들의 솥이나 시루, 농기구를 양식과 바꾼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농부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 되겠는가? 또한 허자는 왜 손수 옹기를 굽고 쇠를 달구어 그릇이나 기구를 만들어 쓰지 않는가? 무엇 때문에 허자는 그처럼 번거롭게 일일이 여러 장인(匠人)들과 교역을 하는가? 왜 허자는 그런 일을 번거롭게 여기지도 않는가?
진상: 여러 장인들이 하는 일은 농사지으면서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맹자: 그렇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만 농사지으면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에는 대인(大人)의 일이 있고, 소인(小人)의 일이 있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여러 장인들이 만들어 낸 온갖 물건들이 다 구비되어 있어야 하네. 그런데, 각자가 필요한 물건을 일일이 손수 만들어 쓰게 한다면, 이는 곧 천하의 모든 사람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고달프게 만드는 것이 되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머리로 일하고, 어떤 사람은 육체로 일한다”고 한 것이네. 머리로 일하는 사람[勞心者]은 남을 다스리고, 육체로 일하는 사람[勞力者]은 남에게 다스림을 받네. 다스림을 받는 사람은 남을 먹여 살리고, 남을 다스리는 사람은 남에게 부양을 받게 되는 것이 천하에 통하는 일반적인 원칙이네.
- 맹자(孟子)
[나]
사람들을 구별하는 차이 중에 몇 가지는 자연적인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그것은 단순히 습관과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갖가지 생활양식의 산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체질의 강약이나, 힘의 차이는 근본적인 체격의 문제라기보다 교육방법의 강도에 달려있다. …중략… 그런데 현재 사회상태의 여러 계층을 지배하고 있는 교육과 생활양식의 놀라운 다양성을, 모두 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이 생활하고, 정확하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동물이나 원시인의 생활에서 보이는 단순함 및 획일성과 비교해보자. 그러면 사람 사이의 차이가 자연 상태 쪽이 사회 상태에서 보다 훨씬 적고, 또 인류에 있어서는 제도의 불평등에 의해 자연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화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중략… 연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미(美)가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재치가, 또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략이 무슨 쓸모가 있었겠는가? 강자가 약자를 압박할 것이라고 되풀이하는 말을 나는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이 압박이란 말의 뜻을 설명해 주기 바란다. 어떤 자가 폭력으로 지배하면 다른 자는 강자의 모든 처사에 굴복하여 한탄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이것은 바로 내가 우리 사회에서 보아온 바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일이 원시인에게도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그들에게는 복종과 지배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이해시키는 데도 상당히 힘이 들 것이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이 따온 과일이나, 죽은 짐승이나, 숨어 살던 동굴을 가로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 인간을 어떻게 복종시킬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 간에 어떠한 종속관계의 속박이 있을 수 있겠는가? 종속관계란 것은 사람들의 상호 의존과 그들을 연결시키는 각자의 욕망이 없이는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복종시키는 일은 미리 그 사람을 다른 사람이 없으면 지낼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두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곳에서는 누구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강자의 법률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 루소, 「인간불평등기원론」
[다]
정옥: 아니 왜, 돼지우릿간인 줄 알았습디까? 발 벗고 곡갱이질 하는 게 짐승 같아 보이나 보구료. 왜, 우리들이 (옷을 가리키며) 이렇게 더러운 옷을 입고 있으니까 사람이 아닌 줄 아슈? 아니, 당신들이 입은 번쩍거리는 옷은 공중에서 그냥 생긴 줄 알았습디까?
순류: 그냥은요, 당당하게 내 돈 가지고 내가 사 입었죠.
정옥: 아니, 그 돈은 어디서 난 것인 줄 았았습디까? 당신네들이 혼자 번 것인 줄 알았습디까? 무슨 큰 소리요. 당신이 입은 옷은 누가 짓고 당신이 가진 책은 누가 찍은 것인 줄 아십니까? 이거 왜, 이렇게 정신없는 소리를 하슈.
- 송영, 「정의와 캔버스」
※ 제시문들이 내용을 읽기에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줄 한줄 해석하지는 않겠습니다.
(논제의 해석)
논술문제를 대할 때, 항상 우리는 <논제>부터 분석해나갑니다. <논제>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가)의 맹자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되 (나)와 (다)에 근거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먼저 (가)에 나타난 맹자의 견해를 먼저 확정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맹자의 견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주의할 일이 있습니다. (나)와 (다)에 근거해서 비판하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나)와 (다)가 어떻게 맹자의 견해에 대해 비판의 논거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판해야 할 맹자의 견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죠? 결국 우리는 맹자의 견해를 정리해내는 작업과, 그에 대한 비판의 논지를 정하는 작업, 그리고 (나)와 (다)에서 그 논거를 추출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도 먼저 완전히 처리하고 다음 과제로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문제는 논술문제가 어려워진다고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어려워지는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순서대로 작업을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논제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작업들이 어떻게 해야 서로 잘 맞아 떨어지겠는가를 검토해야 하는 겁니다. 방법은 별 거 없습니다. ‘맹자의 견해’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가능한 내용을 정리해보고, 각 경우에 (나)와 (다)를 근거삼아 비판하면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을 ‘맹자의 견해’로 확정하는 겁니다. 이때 도출 가능한 ‘맹자의 견해’들 가운데 어떤 것부터 (나)와 (다)를 근거삼아 비판할 수 있는지 점검해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직관에 달렸다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쟁점을 확정하는 일은 연습밖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사전에 주제논술을 많이 써보면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실 텐데요, 미리 써본 주제와 동일한 주제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와 아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논점일 경우에는 미리 써본 주제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논술문제는 현장에서 받아는 <논제>와 <제시문> 등의 상호관계를 밝히면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라고, 족집게강의같은 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 제시문이 여러 개인 경우에 무조건 공통주제를 찾겠다고 덤비는 분들이 있는데요,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논제>를 찬찬히 잘 읽어보면, 공통논제를 찾으라는 것인지, 아니면 상호관계를 밝혀서 처리하라는 것인지 등 <제시문>을 대하는 방법이 지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업할 때 <논제> 부분을 “지시문”이라고 부르는데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논제>에는 <제시문>을 읽는 방법과 기타 지시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논제>는 ‘맹자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라고 했습니다. 분석(Analysis)이란, 대상을 잘개 쪼개어 그 물리적/논리적/기능적 구조원리를 파악하는 이해방법을 말합니다. 대개 논리적 분석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분석’을 한다면, 맹자의 견해가 무엇인지뿐만 아니라, 맹자의 견해가 몇 개의 구성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혹은 맹자의 견해가 어떤 관점을 전제하고 있고, 어떤 관점으로 이어지는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또 ‘비판적으로 분석’하라고 했기 때문에, 구성부분 가운데 어떤 부분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나)와 (다)를 사용해야겠지요.
또 하나, (다)처럼 복수의 화자나 등장인물이 나오는 희곡, 소설, 대화문 등의 경우에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화제를 추출할지, 아니면 특정 화자나 캐릭터가 드러내거나 암시하고 있는 관점을 추출할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여러 화자가 등장하기는 (가)도 마찬가지이지만, <논제>가 (가)의 경우에는 맹자라는 등장인물의 견해를 정리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므로 이런 작업이 필요 없습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은 이상과 같은 작업을 통해 “맹자의 견해”를 어떻게 정리하셨습니까? 아마도 (가)에 함께 나오는 진상이라는 인물의 의문에 대한 답변의 형태이지요? 여러 가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아마 “불평등”, “분업”, “분배”와 같은 키워드들이 사용되었을 겁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맹자의 견해와 그에 대한 비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답안을 작성해보고싶은 분은 여기서 해설읽기를 중단하세요)
(답안 핵심내용)
맹자의 견해: 인간은 능력에 따라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며,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 분배는
정당하다. (두 부분)
비판 : 인간은 원래 평등하므로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나), 사회적 역할이 다르
다고 해서 불평등한 분배를 통해 빈부격차를 발생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다).
(답안 작성방법)
<논제>가 비판적으로 분석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런 경우에 답안 작성의 순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 첫째는 두괄식으로, <논제>의 지시에 대해 응답하는 구조로 작성하는 방법입니다. 위에서 정리한 답안의 핵심내용을 먼저 첫 부분에 딱 밝혀주고 그렇게 본 이유, 혹은 부연 설명을 하면서 제시문들의 내용을 적절한 위치에 끌어다 대는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제시문 순서대로 가면서 글을 쓰는 방법입니다. (가)의 내용을 간략히 보여준 다음에 맹자의 견해를 확정하고 그 견해의 구성부분을 밝혀준 다음에 여기에 대한 비판을 적어나가면서 (나)와 (다)의 내용을 끌어다 대는 방법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서강대나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이고, 첫 번째의 두괄식 구성방법을 뚜렷하게 선호합니다. 채점도 편하고, 글의 논리적 구성도 보다 짜임새가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수험생 입장에서 논술답안 작성의 순서로 택하지 말아야 할 방법입니다. 이 문제의 경우에 다행히 첫 제시문이 <논제> 요구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1차 작업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다른 문제에서는 <논제> 요구사항에 대한 논리적 대답의 순서와 제시문 순서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포스트 안내: 2008/08/27 - [책읽어주는남자] - 『인간불평등 기원론』루소(J. J. Rouseau)
'기출해설(논술형) > 서강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강대 2008정시(인문) <문제1> 해설 및 첨삭 (0) | 2008/09/01 |
|---|---|
| 2007 서강대 수시1학기 (인문·사회·커뮤니케이션학부) 기출문제 해설 (0) | 2008/08/28 |
| 2007 서강대 수시1학기(경영,경제학부) 기출문제 해설 (0) | 2008/08/28 |
| 2009 서강대 모의논술 평가 (0) | 2008/08/28 |
| 2007 서강대 수시1학기 기출문제(자연계 3번문항) 해설 (0) | 2008/08/28 |
| 2007 서강대 수시2 구술면접 해설 (0) | 2008/08/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