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LEET 논술영역 문항2번 풀이
기출해설(논술형)/LEET 2008/08/31 19:472. 제시문 (나)와 (다)의 주장의 차이를 밝히고, 그 중 한 주장의 논거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의 견해를 옹호하거나 또는 비판하시오.(600~800자, 30점)
<지시문 해설>
먼저, 겉으로 드러난 지시사항부터 점검해봅니다. (나)와 (다)의 주장의 차이를 밝히라는 요구는 앞에서 풀었던 1번문항의 요구와 비슷합니다. 거기에 추가되는 요구는 (가)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라는 겁니다. 지시문은 명시적으로 옹호/비판 선택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명백하게 선택을 요구하는데 절충적인 입장으로 가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참고로, 지시문이 비판하라고만 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비판을 수행한 다음에 그 비판에 대해 방어하는 부분을 추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아무튼 지시문은 겉으로 보아 크게 (나)와 (다)의 차이를 밝히는 요약, 그리고 (가)에 대한 찬/반,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중간에 나온, "그 중 한 주장의 논거를 근거로 하여" 부분은 일종의 조건입니다. 이런 조건을 위반하여 자기만의 논거를 사용한다든가 하면 큰 감점을 당하게 되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암시된 내용을 찾아보겠습니다. 지시문은 (나)와 (다)의 대립평면과 (가)의 주장이 반드시 동일하지 않다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나)와 (다)의 주장의 차이를 드러낸 다음 이 두 주장이 각각 (가)의 견해를 곧바로 비판하거나 옹호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나)의 근거와 (다)의 근거가 각각 (가)의 견해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구조라는 것을 감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나)와 (다)의 주장의 차이를 밝히는 부분에서 사용할 어휘와 (가)의 견해를 비판하거나 옹호할 때 사용할 어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됩니다.
<제시문>
오늘날의 학자들은 은사(隱士)라고 자처한다. 몇 대째 이어지는 명문 집안 출신임에도 기쁨과 슬픔을 세상과 함께 하지 않고 있다. 조정에서 예를 갖춰 수차례 불러도 응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조차 학문을 닦는다며 산으로 들어간다.
주자는 육경을 깊이 연구하여 참과 거짓을 판별하였고, 사서를 밝게 드러내어 심오한 이치를 내보였다. 조정에 들어가 벼슬을 할 때에는 곧은 말과 격한 논의로 목숨을 돌아보지 않은 채, 군주의 은밀한 과오를 공박하였고 권신이 꺼리는 사안을 건드렸으며 천하의 대세를 논의하였다. 금(金)나라에 복수하고 치욕을 씻어 대의를 후대에까지 길이 펼치고자 하였다. 조정에서 나와 지방관이 되어서는 법규를 너그럽게 집행하였고 풍속을 상세히 살펴 조세와 노역을 공평하게 하였으며 기아와 역병으로부터 백성을 구제하였다. 그의 강령과 세칙은 나라를 다스리기에 충분하였다. 나아가고 머무름에 바른 도리를 지켰으니 나라에서 부르면 나아가고 버리면 묻혀 살며 군주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감히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학문 풍토에 빠져 있으면서도 주자를 빌려 자신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은 모두 주자를 기만하는 자들일 따름이다.
인간의 덕스러움, 즉 훌륭함에는 정의롭게 혹은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는 훌륭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만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의 모든 것이 아니다. 관조적 탐구를 통해 발휘되는 훌륭함도 있다. 더구나 이런 훌륭함이 인간이 도달하게 될 최고 수준의 훌륭함이며, 이런 것이 두드러진 삶이 인간적 삶 중에 최고의 삶이다. 우리 안에 있는 가능성과 능력 가운데 지성이 가장 숭고한데다가, 지성이 상대하는 대상은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대상 가운데 최고의 것이기 때문이다.
지성과 지혜(sophia)는 관조적 탐구를 행하는 기반이다. 그리고 관조적 탐구가 주는 즐거움은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탐구가 주는 즐거움은 다른 종류의 즐거움과 섞이지 않은 순수한 즐거움이다. 다른 즐거움들은 지속적이지 않지만 탐구의 즐거움은 지속적이다.
나아가 이른바 자기 충족이라는 것도 탐구의 삶에서 온전히 가능하다. 지혜를 가지고 탐구하는 사람이나 정의로운 사람, 그 밖의 다른 훌륭함을 가진 사람 모두 삶을 위해 필수적인 것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충분히 갖추어졌을 경우에도 정의로운 사람은 그가 정의로운 실천적 행동을 하게 될 상대방 혹은 정의로운 행동을 같이 하게 될 동료를 여전히 필요로 한다. 절제 있는 사람이나 용감한 사람 그리고 그 밖의 실천적 덕을 갖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자기 충족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지혜를 기반으로 탐구하는 사람은 혼자서도 훌륭하게 자신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자기 충족적이다.
먼저 어떤 지혜로운 자가 최고의 풍요 속에서 최고의 여유를 누리면서 탐구의 가치가 있는 모든 것들을 홀로 그리고 스스로 관조하고 고찰하는 삶을 산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홀로 된 삶이 다른 사람을 볼 수 없는 삶이라면 그는 ‘삶’에서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그리스인들이 소피아(sophia)라고 부르는 지혜는 모든 덕(德) 가운데 으뜸이다. 이 지혜는 신적인 것과 인간사에 관한 앎이다. 이 앎에는 신들과 인간의 공동체 및 유대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 이 앎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확실하다면―사실 가장 중요하다―, 공동체에서 나오는 의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이 따라 나온다. 왜냐하면 자연과 우주에 대한 탐구와 관조는, 이로부터 현실에 대한 어떤 행동도 비롯되지 않는다면, 시작만 있고 무언가 완성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동이야말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에서 잘 드러나고, 따라서 인간 종(種)의 결속에 적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탐구보다 행동을 우선시할 만하다.
<제시문 해설>
이 문항의 제시문별 해설은 메모로 대신합니다. 각자 정독해서 내용을 정리한 후 각 제시문 맨끝문장의 서술어에 달려있는 메모와 비교해보세요. 제시문들이 쉬운 데다가, 이 문항에 대한 답안 작성의 관건은 제시문 독해가 아니라 지시문을 잘 이해하고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가공할 것이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답안작성 도우미>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점이나 주장을 각각 하나의 명제형태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앞선 1번 문항처럼 차이점만 정리하라고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 문항처럼 단계적으로 요구하는 경우에는 각 단계마다 명제형태로 정리하고 그 명제들 사이에 연관을 밝혀주어야 합니다. 이 명제들은 전체 답안 내용의 Land Mark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문장들이 불명료하면 나머지 부분을 아무리 미사여구와 치밀한 논증으로 보강하더라도 답안의 수준은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1. 먼저, 지시문 분석의 결과에 따라 답안의 구성부분이 될 질문들을 도출해봅니다. (2분)
첫째, (나)와 (다)의 주장의 차이가 무엇인가.?둘째, (나)와 (다)의 주장은 각각 어떤 논거를 가지고 있는가?셋째, (가)의 견해는 무엇인가?넷째, (나)와 (다)의 논거 가운데 어떤 논거를 차용, 보강하여 (가)를 비판/옹호할 것인가? 또는, (나)와 (다)의 논거 가운데 나머지 논거를 어떻게 비판하여 (가)를 비판/옹호할 것인가?
2. 위의 작업이 제대로 됐다면 이제 여기에 대한 답변들을 명제 형태로 정리해줍니다. 그러면서 핵심용어의 통일성과 연관성, 전체 논리구조의 타당성을 확인합니다(6분).
여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예컨대, 이런 부분입니다. 위 작업에 따라 답안 작성을 구상하다보면 논리구조상 둘째 부분에서 (나)또는 (다)의 논거를 비판하면서 둘 중 하나의 주장을 채택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지시문 후반부에 응답하려면 결국 어느 한 쪽 주장이 타당하다는 일반진술로 귀결시켰다가 다시 이것을 (가)의 특수한('사'의 역할에 한정된) 주장에 적용하는 논리구조를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적 감각은 읽기 과정에서는 쉽게 발휘되지만 쓰기에서는 쉽게 발휘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첨언하면, 여기까지 읽고 너무 당혹해하지는 마세요. 준비 작업에서 이 부분을 미리 감지하지 못하더라도 글을 쓰면서 감지해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운이 좋으면 전체 구성을 망가뜨리지 않고 끼워 넣을 수도 있습니다.
3. 이렇게 해서 전체구조 가 설계됐으면 그걸 들고 대략의 문장을 답안지 위에 눈으로 쓰면서 답안 분량을 예상해 적당한 가감을 메모해둡니다(1분).
<예시답안>
반면에 (다)는 실천이 없는 탐구는 불완전하고, 사회적 실천을 통해 비로소 완전해진다고 본다. 왜냐하면 사회적 관계는 삶의 본질이고, 진리를 탐구하는 자도 사회적 관계에 의존해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 탐구자도 사회관계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의 입장이 타당하다.
(가)에 나타난 ‘사’는 신분제 사회질서 속에서 노동과 생산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도덕적 진리만을 탐구한다. 그러나 ‘사’에게 주어진 생산으로부터의 자유는 군주와 백성을 교화하는 도덕적 실천을 목적으로 한 사회적 장치이다. ‘사’가 그 사회적 지위의 혜택으로 생산노동을 면하고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사회질서로부터 권리만 향유하고 의무는 방기하는 부도덕한 행위이다. 그렇다면 ‘사가 추구하는 도덕적 완전성은 자기모순으로 치달을 뿐이다. 따라서 ‘사’가 홀로 도덕적 진리를 탐구하는 데에 그치고, 도덕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적 실천에 나서지 않는 태도를 질타하는 (가)의 입장은 타당하다. (707자)
<평가기준> ※ 배점은 제맘대로입니다. :)
1. (나)와 (다)의 주장의 차이를 각각의 논거와 함께 드러내고 있는가? (4점)
2. 채택한 입장에 대한 옹호 논거는 (나) 또는 (다)로부터 잘 추출되었는가? (3점)
3. 채택하지 않은 입장에 대한 비판논거를 충분히 비판해주었는가? (3점)
4. (가)의 주장과 논거를 잘 정리해서 제시했는가? (5점)
5. (가)를 비판/옹호하는 데에 앞에서 채택한 입장의 논거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가?(5점)
6. 용어의 선정은 적절하고 일관성이 있는가? (5점)
7. 논리적 오류를 담고 있지 않은가? (5점)
※ 언제나처럼 배점은 제 맘대로입니다. 그런데 배점의 결정과정에 대해 잠깐 말씀 드릴께요. 대개 논술의 일반적 평가기준으로 이해력/논리력/창의력/표현력을 듭니다. 여기 제시한 평가기준은 이런 네 가지 구분과 달라서 자의적이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시한 평가기준은 지시문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 각 제시문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지시에 따라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능력, 그리고 지시에 따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이상의 이해와 비판내용을 묶어내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모두 평가할 수 있도록 작성돼 있으면서도 평가기준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이 높아집니다. 여기 제시한 평가기준 7개 항목은 위 네 가지 능력 가운데 창의력부분에 대한 배점을 일부러 축소한 방식으로 설계된 점이 특징일 뿐입니다.
'기출해설(논술형) > LE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1회 LEET 논술영역 문항1번 풀이 (0) | 2008/08/31 |
|---|---|
| 제1회 LEET 논술영역 문항2번 풀이 (1) | 2008/08/31 |
| 제1회 LEET 논술영역 문항3번 풀이 (21) | 2008/08/31 |

